외형상 여자로 변했다고는 카미야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남자가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아하루의 눈이 조금 복잡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래서?
그녀를, 카미야를 안은 것을 후회하는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스스로에 물었다.
그리고 답했다.
아니.
그녀는 이미 그에게 보통 사람 이상의 의미를 지녔으니까.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그녀의, 카미야의 본질이 남자였다는 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지금 그녀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여성답지 않은가? 그러면 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아하루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가 아니야.”
“그럼, 왜죠?”
“그거야…….”
아하루가 멋쩍은 듯 웃었다.
“이제 방학이잖아. 그러니 집에 가야지.”
“그건 핑계에요. 방학이 끝난 뒤에라도 올 수 있잖아요.”
아하루가 답답한 표정으로 몸을 반쯤 일으켰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았다. 그러자 카미야가 얼른 아하루의 담배를 찾아 그의 입에 물려주곤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인 아하루는 그걸 깊게 들이 마시더니 이내 허공으로 후 하고 내뱉었다. 하얀 담배연기가 허공을 뿌옇게 가리더니 이내 흩어져 사라졌다.
“여긴 어떤 식으로 운영되지?”
“물론 회원제죠. 그리고 회원은 최고 두 명까진 동행할 수 있어요.”
아하루가 담배를 내밀자 카미야가 재빨리 재떨이를 앞에 받쳤다.
“그 회원 가입 조건은?”
“회원은 골드와 실버 그리고 브론즈가 있어요. 골드는 백작 가문이상이고 연회비는 금화 1천 닢. 실버는 자작이상이고 연회비는 5백 닢. 그리고 브론즈는 최소 남작 이상이여야 하고 연회비는 1백 닢. 연회비 외에도 별도로 예치금으로 금화 1천 닢 하고…….”
카미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액수에 아하루는 입을 벌렸다.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곳일 줄이야.
여기 회원인 놀란 형과 데민 형은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것일까?
아무리 최소 금액인 금화 1백 닢이라 하더라도 그의 영지에선 가문의 1년 생활비와 맞먹을 정도이다.
기가 질린 아하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카미야의 말을 막았다.
“그만……”
“?”
“우리 집은 네가 어딘지도 모르는 시골에 조그마한 영지야. 그런 시골 영지에 무슨 돈이 있겠어?”
아하루는 담배연기를 다시 한 번 훅 하고 내뱉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기사학교 다니는 돈이 장난이야? 대부분의 비용을 나라에서 지원한다지만 어디 그래? 6개월간 생활비를 대는 것도 우리 영지에선 무리라고. 그런데 금화 1백 닢? 그리고 또 뭐 예치금이 얼마라고?”
“금화 1천 닢…….”
“휴~. 나에겐 그만한 돈이 없어”
“그럼 여긴 어떻게? 아! 아까 선배들과 같이 왔다고 했었죠?”
“그래. 그 선배가 백작가문이야. 뭐 듣기엔 조만간 후작으로 올라선다고 하니까……. 어쨌든, 그 선배 덕분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거야.”
“그럼 그 선배들에게 부탁하면…….”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선배들은 이번에 졸업이야. 졸업 기념으로 특별히 데리고 온 거라고. 설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선배들에게 매번 폐를 끼칠 순 없잖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제야 아하루의 말이 납득 가는 카미야였다. 카미야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드려졌다.
아하루가 손을 뻗어 카미야의 얼굴을 매만졌다.
“아까 후회하느냐고 물었지?”
“네…….”
아하루가 물끄러미 카미야를 보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해.”
“뭐라고요?”
“후회한다고. 진심으로.”
“…….”
“예전에 창녀촌에 간적이 있었지. 그래서 여자를 안은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건 단지 일을 치루고 나왔다는 느낌밖엔 들지 않았어.”
아하루가 카미야의 얼굴에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애써 외면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 왜일까? 너라서 일까? 넌 이미 내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화나. 후회해. 이젠 다신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마음이 아플 것 같으니깐.”
“그 말은 날 사랑 한다는 건가요?”
“사랑? 글쎄? 그건 남녀 간의 감정 아닌가? 모르겠어. 확실한 것은 난 이미 널 좋아하게 됐다는 거야.”
아하루가 살짝 카미야를 끌어 당겼다. 그리고 카미야의 입술에 살짝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갑작스런 아하루의 키스의 카미야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러나 카미야는 곧 아하루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키스를 음미하듯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날 정말 좋아한다면 다시 봐요,”
“좋아요. 그럼 다음에 다시 보면 되잖아요?”
“어떻게?”
“여기 와서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카미야가 손가락으로 아하루의 입술에 대며 다음 말을 막았다.
“그냥 정문에 있는 경호원에게 날 만나러 왔다고 말해요 그럼 내게 안내해 줄 거예요.”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예요, 제가 미리 얘기해 둘게요.”
“하지만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면 혼나잖아?”
“주인이요?”
카미야의 눈이 살짝 웃었다.
“그럼 혼 좀 나죠. 뭐”
“싫어”
“왜요?”
“나 때문에 네가 혼나는 건 싫어. 차라리 못 보는 한이 있어도.”
카미야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걱정 말아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어떻게?”
“그건 비밀이랍니다.”
잠시 얼굴이 밝아졌던 아하루는 다시금 침울해졌다.
“응? 왜 또 그러죠?”
“하아……. 하지만 내가 왔을 때 혹시라도 네가 다른 사람에게 가있으면……”
“푸하하”
“왜 웃어!”
“큭큭큭”
카미야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참을 수 없었다. 아하루는 그런 카미야가 불만인 듯 볼을 부풀렸다.
“웃지 마. 난 진지하다고!”
“미안, 미안. 너무 귀여워서요.”
“뭐? 쳇! 나 안 올 거야“
“어머나? 우리 도련님, 화나셨나보네요?”
“농담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딴 사람 품에 안겨 있고, 그러는 동안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면…….”
아하루는 말을 하다 말고 몸을 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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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세 사람의 행동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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