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루는 말을 하다 말고 몸을 획 돌렸다.
카미야가 그런 아하루의 뒤에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걱정 말아요. 다른 사람과는 그럴 일 없으니까요.”
“정말? 하지만 주인이 시키면…….”
“여기서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무슨 소리야?”
“내가 여기 주인이거든요.”
“뭐~~~?”
아하루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 바람에 재떨이가 엎어져 아하루의 몸에 떨어졌다.
“어맛? 조심하시지. 재가 묻었잖아요.”
카미야가 얼른 손으로 재를 털어내고 닦아내느라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이야? 노예가 아니고?”
“노예라뇨?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노……..”
“가만있어 봐요 재가 번지잖아요.”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하죠?”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여기에 있냐고요?”
끄덕 끄덕
“그야 당신이 절 지목했잖아요?”
아하루는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카이야가 킥하고 웃었다.
“그, 그럼……”
“?”
“원래 주인도 이런 일 하는 거야? 요……”
아하루가 말을 하다 급히 끝에 높임말을 붙였다.
“풉. 그냥 말 낮추세요. 편하게 하던 데로 해요.”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원래 이런 일 안 해요.”
“그런데? 어째서?”
“글쎄요?”
카미야가 슬쩍 아하루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붙였다. 달콤한 카미야의 숨결이 바로 가까이에서 느껴지자 아하루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당신을 첨 본 순간 왠지 맘에 들었어요, 첨엔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어느새 진짜가 되고 말았네요.”
“그, 그럼 오늘 처…….”
아하루의 말이 다 이어지지 못했다. 카미야가 살짝 그의 입에 입맞춤했기 때문이다.
“네. 나도 오늘 처음이었어요.”
아하루는 카미야를 꽉 안았다.
“하하하!”
“?”
“후후. 왠지 뿌듯하고 기분 좋은데?”
“피! 저는 아직도 아프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사정 봐주지 않고 세게 할 수 있어요?”
카미야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아하루를 살짝 흘겨보았다.
그런 카미야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아하루는 끌어안으려 했다. 그러나 카미야는 살짝 몸을 틀어 아하루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물었다.
“부탁이 있어요.”
“응? 뭔데?”
“앞으론 나 말곤 다른 사람은 안으면 안돼요?”
“싫어”
“뭐라고요?”
아하루의 대답에 성난 듯 카미야의 눈 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아하루가 주먹을 불끈 쥐며 결연히 외쳤다.
“난 바람둥이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 만 명쯤? 그, 정도를 안는 게 목표란 말이야.”
“네에?”
카미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하루가 씨익 웃었다. 그의 눈엔 장난기가 그득한 것을 본 카미야는 그제야 자신에게 농담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미야가 다시 입을 열려 할 때 아하루가 카미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마주 바라봤다.
“솔직히 그건 나도 장담할 수 없어. 알잖아. 귀족의 삶이 어떤 건지……. 하지만 약속할게.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널 버리지 않을 거야. 내가 마지막 숨을 쉬는 그날까지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게.”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카미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심인가요?”
“여자 만 명 안는 거? 응! 진심이야.”
“말고욧!”
카미야가 버럭 목소릴 높이다 스스로도 우스웠는지 킥하고 웃었다. 그러나 이내 한결 차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끝까지 버리지 않겠다는 거. 언제나 내 곁에 있겠다는 거요.”
아하루는 대답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화답하듯 카미야도 그의 시선을 마주보며 맞잡은 손에 마주 힘을 줬다.
서로 눈을 마주보다 자연스럽게 카미야를 품으로 끌어 당겼다. 카미야가 그의 품에 폭 안겼다. 아하루는 자신 품 안에 들어 온 카미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하나만 약속해줘요”
“뭘?”
“절 버리지 말아요.”
“버려?”
“예…….”
“왜?”
“아하루가 날 싫증내고 버릴까봐 두려워요”
“훗, 걱정하지 마.”
“?”
“난 욕심이 많거든?”
“?”
“난 내 것은 무지하게 아낀다고. 내 걸 남에게 준적이 없지 근데 카미야는 내거라며?”
어쩜 이리 똑같은지.
카미야는 아하루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예. 아하루, 전 당신의 것이에요. 전 당신의 비천한 노예에요.”
“그래, 알았어. 넌 내거야 내 노예고. 그리고 난 내 것을 버린 적이 없어. 네가 날 떠나고 싶어도 내가 허락지 않아. 네가 떠나더라도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되찾아 올 거야. 됐지?”
아하루의 말에 카미야가 그의 품에 안긴 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카미야!”
“네?”
카미야가 고개를 올려 아하루를 보았다.
“배고프다~”
그때를 맞춰서 아하루의 배에선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카미야가 살포시 웃었다.
“풉 그럴 만도 하겠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카미야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 검은색 구술이 놓여있었다.
카미야는 검은 구술을 손으로 건드렸다. 그러자 검은 구술에서 빛이 나더니 곧이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씀하십시오. 손님”
“나야.”
“앗, 네! 말씀하십시오.”
“여기 블루실로 특정식 하나하고, 참 포도주는 어떤 것이 있지?”
“잠시만요. 현재 809년산 플로렌산 적포도주와 807년 라미나 지방의 백포도주...”
“719년산 카렌챠산 적포도주는?”
“그거라면 마침 다섯 병 있습니다.”
“그럼 특정식하고 카렌챠 두병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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