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자로 오길 바랐던 것일까?
남자 모습으로 오는 것이 당연한 것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마냥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다. 아하루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는 듯 큰 소리로 카미야를 불렀다.
“카미야! 뭐해 빨리 들어와!”
아하루가 외치자 한참 실랑이하던 관리소 직원과 카미야가 동시에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주위에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던 사람들도 흥미롭다는 듯이 양편을 번갈아 쳐다봤다.
카미야는 관리소 직원과 몇 마디 더 나누더니 급히 문을 통과해 아하루에게로 뛰어왔다.
“헉헉. 제가 많이 늦었죠?”
“왜 이리 늦었어!”
“일행이신가보죠?”
관리소 직원이 바닥에 떨어진 아하루의 짐을 건네주며 물었다.
“제 시종입니다. 깜박 잊은 게 있어서 심부름을 보냈다가 그만…….”
아하루의 말에 카미야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하루와 직원은 그런 카미야의 표정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직원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마터면 시종 분께서 탑승하지 못할 뻔 했군요. 일행 분은 미리 챙기셨어야죠.”
“네, 그러게 말입니다.”
아하루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빨리 가시죠. 이동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아하루는 카미야의 손을 이끌고 출입 관리소 쪽으로 달려가며 막 그들 뒤에서 문을 닫는 관리인에게 말했다.
관리인은 그런 아하루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하루는 출입 사무소로 달려가며 카미야에게 물었다.
“카미야”
“네?”
“카미야는 마법진 이용 처음이지?”
“네? 네…….”
“그런 것 같았어.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만해. 알았지?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네, 부탁드릴게요.”
카미야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루와 카미야가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자 벌써 승객들은 마법진 안으로 다 들어가고 몇 명의 직원만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둘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카미야 배낭 벗어줘”
카미야는 자신의 배낭을 순순히 벗어주었다.
순간 아하루의 손이 축 하고 쳐졌다.
“욱! 뭐가 이렇게 무거워?”
“네?”
“도대체 얼마나 가져 온 거야?”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이것저것…….”
“으으……. 안되겠다. 할 수 없지, 빨리 따라와”
카미야는 배낭을 다시 받아 들곤 아하루의 뒤를 따랐다.
데스크에 다가간 아하루는 손에 쥐고 있던 푸른색 표를 직원에게 넘기곤 용지를 받아 서둘러 기입했다.
그곳엔 여행인원, 여행목적, 최종 여행지, 이름 등을 기입하게 되어있었다. 서둘러 기입한 용지를 직원에게 내밀자 직원이 간단히 훑어보곤 물었다.
“여행증을 제출해주시겠습니까?”
아하루와 카미야가 동시에 여행증을 내밀자 직원은 약간 어리둥절한 듯이 쳐다보았다.
“아하루님이 어느 분이시죠?”
“전데요?”
“그럼 이분은?”
“제 시종인 카미야입니다.”
“맞습니까?”
카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직원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왠지 품위 넘치고 기품 있어 보이는 쪽은 오히려 아하루가 아닌 카미야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음을 깨달은 직원은 얼른 여행증에 도장을 찍어서 내주었다.
“됐습니다. 저쪽으로 가서 짐을 등록해 주십시오.”
아하루는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행증과 용지를 받아 쥐더니 직원이 가리킨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카미야! 얼른 와!”
카미야는 아하루가 서두르자 덩달아 급히 아하루를 따라갔다.
그곳엔 저울과 저울을 감시하는 직원이 있었다.
아하루는 카미야에게서 짐을 받아 자신의 짐과 함께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직원은 저울을 잠시 살펴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44.56kg 초과입니다.”
아하루가 급히 말했다.
“2급 보관함 열쇠를 주시겠어요?”
“여기 있습니다. 2실버입니다.”
직원은 열쇠를 내주었다. 아하루는 직원에게 손에 미리 쥐고 있던 은화를 내주었다. 그리고 카미야의 가방을 쥐고 약간 얼이 빠져있는 카미야를 데리고 칸막이가 쳐져있는 곳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1176번이라……“
아하루는 열쇠에 적힌 번호에 맞는 보관함을 찾아내고는 열쇠를 돌려 열었다. 그리곤 테이블을 가져와 그 위에 카미야의 가방을 올려놓았다.
“얼른 가방의 짐을 다시 챙겨봐 10kg 이내로 맞추는 거 잊지 말고”
“10kg이요?”
“응.”
카미야는 잠시 난감해 하다가 가방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빼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카미야를 잠시 본 아하루가 조언을 했다.
“일단 옷가지나, 모포, 식기류나, 음식물류는 전부 빼버려 그런 건 그곳에 도착한 후 사면 되니깐”
카미야는 가방을 뒤지더니 아하루의 말대로 속옷이며 기타 여러 가지 것들을 가방에서 빼냈다. 그러나 가방은 여전히 묵직했다.
“그리고 간단한 무기 같은 건 직접 몸에 착용하고”
아하루는 카미야가 꺼낸 것들을 보관함에 집어넣으며 재차 말했다. 그 말에 카미야는 여러 개의 단도와 단도 집을 꺼내 옷 안에 묶었다.
“참, 돈이나 보석류는 어떻게 하죠?”
“돈은 저쪽에 보면 교환소가 있으니까 그곳에 맡겼다 도착지에서 다시 찾으면 되고, 보석류는 중요하지 않은 거면 보관함에 보관하던지 아니면 그보다 덜 중요한 다른 것들을 빼야지”
“교환소는 어디죠?”
“저쪽”
아하루가 가리킨 곳을 보자 그곳엔 원형으로 뚫려진 칸막이 너머 직원이 그들을 흥미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외에 주의할 사항은요?”
“무조건 10kg 이내로 맞춰놓을 것 알았지?”
“네.”
“그럼 난 먼저 나가서 마저 수속 밟고 있을게”
“금방 갈게요.”
“응. 빨리 와.”
아하루는 보관소에 카미야를 홀로 두곤 급하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카미야는 그런 아하루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는 교환소라고 가리켜 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곤 가방을 통째로 교환대에 올렸다.
겉보기와는 달리 꽤 무거웠던지 대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대가 울렸다. 가방의 범상치 않은 무게에 교환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