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루가 침대에 앉자 소녀는 아하루의 발을 자신의 젖가슴 위에 얹었다. 그리곤 양말과 신발을 신기곤 신발 끈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시 묶어주었다.
끈을 다 묶고 소녀의 젖가슴에서 발을 내리자 소녀의 작은 가슴엔 흙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하루가 일어서자 소녀는 그의 망토와 칼을 조심스레 들고 와 아하루에게 착용시켰다. 그리곤 망토의 주름하나까지 세심하게 펴준 후 소녀가 뒤로 물러나 두 손을 가만히 모으며 무릎 꿇었다.
“다 됐습니다.”
“응.”
“안녕히 가십시오.”
“응”
아하루는 방문을 나서려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그때까지도 아하루를 향해 무릎 꿇고 엎드려있었다. 소녀의 등 너머 작고 귀여운 엉덩이가 슬쩍 보였다.
“이름이 뭐지?”
“엘렌이라 합니다.”
“엘렌…….”
아하루는 소녀의 이름을 몇 번 되뇌더니 방문을 나섰다.
아하루가 홀에 들어서자 선배들이 먼저 나와서 그를 반겨 주었다.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지만, 놀란, 그리고 데민 선배였다.
그들은 홀에 앉아서 얘기 나누다가 아하루가 나오자 얼굴에 미소를 짓고 짓궂게 반겼다.
“여~. 재미 좋았어?”
“안에서 나오는 걸 보니 도망가진 않았네?”
“혹시 알아? 잘못 걸려 가지곤 붙잡혀서 나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를 대주었는지?”
역시 그들의 말하는 품새로 봐선 이미 이곳이 대충 어떻다는 것을 훤히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하루는 아무 말도 않고 얼굴만 붉혔다.
그런 아하루를 보더니 지만선배가 더욱 짓궂게 놀렸다.
“어라? 얼굴만 붉혀대는걸 보니 사실인가 본데?”
“어이, 어이. 그럼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 저렇게 가뿐가뿐하게 걸어 나오겠냐?”
놀란 선배가 지만이 너무 놀리는지 지원을 해주었다.
“흠~. 그것도 그런데……. 설마 여자?”
지만이 데민에게 물었다.
데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어?”
그러자 지만이 아하루에게 물었다.
“여자야 남자야?”
“예?”
“어제 고른 상대가 여자냐 아님 남자냐구”
아하루는 잠시 카미야를 떠올렸다.
그녀의 본질은 남자였지만 적어도 그에겐 여자였다.
그렇다고 그걸 고스란히 털어 놓기도 어쩐지 계면쩍었다. 게다가 믿기나 할까?
“여자……요”
“여자라는데?”
데민이 아하루 몰래 지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만은 데민의 손을 노려보더니 아하루를 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아하루, 솔직히 말해 남자지?”
아하루는 더욱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여……잔데요?”
“아무래도 여자가 아닌 것 같은데?”
놀란도 지만을 거들었다.
지만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맞아 저렇게 쩔쩔매는걸 보니깐 남자가 틀림없대두?”
그때였다.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 후다닥 뛰어왔다. 아하루와 선배들이 무심코 그쪽을 쳐다보았다.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곤 곧장 아하루 앞으로 달려 왔다.
좀 전에 아침 시중을 들던 그 소녀였다.
소녀는 방금 전 아하루에게 시중들었던 그 옷차림 그대로 쪼르르 뛰어 왔다. 덕분에 앙증맞은 가슴이 소녀의 달림에 맞추어 작게 율동했고 아래쪽도 검은 숲도 옷 위로 고스란히 비췄다.
“헉헉”
소녀는 작게 숨을 몰아쉬더니 아하루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죄송합니다. 미쳐 이것을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소녀가 내민 것을 보니 마법진 시간표였다. 어젯밤 옷을 벗다가 살짝 빠진 모양이었다.
“청소하다 발견되었습니다. 벌써 가신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소녀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얇은 옷 사이로 그녀의 가슴이 핑크색 젖꼭지가 일행의 눈에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고마워.”
아하루가 멈칫거리며 소녀에게서 표를 받아들자 소녀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거죠?”
“응? 으……응”
아하루의 대답에 소녀는 다시 한 번 아하루에게 죄송하다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하고나선 다시 돌아갔다.
일행은 몽실 거리는 소녀의 엉덩이만 뚫어지게 쳐다보다 아하루를 째려보았다.
“악 이건 거짓말이야!!!”
“저렇게 귀여운 애가 어떻게 내 눈에 안 뛸 수 있었던 거지?”
“어, 어째서 이제 겨우 한번 온 아하루에게만 어떻게 저런 애가 걸릴 수 있는 거야!!”
셋은 머리를 부여잡고 벽을 두 번 머리로 박아 대더니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아~. 하늘은 정말 불공평해..“
“사랑의 여신 이스타나시여! 제가 그렇게 당신께 불충했나이까?”
“하늘이 내 외모를 질투하고 있음이 틀림없어……!”
셋의 절규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하루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다 다시 땅을 보곤 긴 한숨을 내뱉었다.
무엇을 어떻게 오해했는지는 몰라도 선배들의 오해를 풀어주고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아하루였다.
이윽고 정신 차린 데민이 놀란과 지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흑흑. 이렇게 된 이상 돈이나 챙겨야겠다. 내 놔!”
놀란과 지만은 데민의 손과 아하루를 씹어 먹을 듯 번갈아 노려보더니 각기 자기 주머니를 열었다. 그리곤 딸랑 딸랑 무려 금화 3개씩 데민의 손에 떨어졌다.
놀란은 데민의 손에 놓인 금화를 아까운 듯이 쳐다보더니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흑흑. 님도 놓치고 돈도 잃고……”
“쩝. 내기에 이겨 기쁘다만, 저런 아하루의 능력을 간파한 가공할 내 자신의 안목이 미워진다.”
데민도 자책했다.
이번엔 놀란이 지만을 타박했다.
“그러기에 좀 더 둘러보고 고르자고 했잖아!”
“누가 그런 애가 그 시간까지 남아있을 줄 알았나?”
지만이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곤 아하루에게 다가와 덥석 손을 잡았다.
“제발 말해줘! 이스타나 여신에게 어떤 제물을 바쳤기에 저런 애가 걸린 거야. 응?”
하지만 아하루는 지만의 손을 냉정하게 떼어 냈다.
“이제 보니 날 두고 내기를 했었군요?”
순간 셋은 움찔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아하루의 눈이 매서웠다.
“헛!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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