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그, 그게…….”
“아, 아니. 오해야 오해!”
놀란과 지만은 황급히 뒷걸음질 쳤고 데민은 손에 있던 돈을 황급히 자신의 품안으로 감추려 했지만 아하루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
“오호라. 무려 금화 세 닢씩이나 거셨네요?”
“그, 그게. 그저 장난으로…….”
지만이 땀을 삐질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놀란도 지만의 말을 거들어주었다.
“맞아! 장난이야. 장난!”
“그렇단 말이죠?”
아하루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절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단…… 말이죠?”
둘은 일순 움찔했다.
“아, 아니. 뭐 그런 걸 가지고. 하하.”
“그러니까 그게…….”
둘의 얼굴에서 땀이 삐질 흘렀다.
“흥”
아하루는 코웃음을 치더니 데민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손을 내밀었다.
아하루의 눈빛을 이기지 못한 데민은 아쉬운 듯 금화를 보더니 결국 금화를 건네주었다.
아하루가 자신의 손에 들어 온 금화를 보더니 그제야 싱긋 웃는다.
“좋아요. 뭐, 장난이라니깐 이번은 그냥 넘어가죠.”
“그래. 맘 넓은 아하루가 참아야지”
“맞아. 고작 장난인데, 안 그래?”
“맞아! 선배가 장난 한 번 한 거 갖구 삐지면 사내자식도 아니지.”
셋은 이구동성으로 아하루를 달랬다.
아하루는 다시 한 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대신 이 돈은 압수입니다. 아셨죠?”
“어, 어. 그, 그건. 내……, 읍읍!“
데민이 뭔가 이야기 하려 했지만, 놀란과 지만이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래, 그래.”
“당연하지!”
“담에 또 이런 장난을 치면 알죠?”
말끝에 무섭게 눈을 치켜뜨는 아하루를 보곤 셋이 찔끔거렸다.
“응”
“안 그럴게”
“넹! 후배님.”
“좋아요. 돈도 받았겠다. 아참, 아침은 드셨어요?”
도리도리
셋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 식사는 너무 비싸서 말이지?”
“음식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라도 다시 온다며 극찬을 해대던데?”
셋이 이렇게 군침을 흘리고 있자 아하루가 한심하다는 듯이 선배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날 두고 내기하는데 쓸 돈은 있고, 밥 사먹을 돈은 없어요?”
놀란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건 아하루 네가 몰라서 그래 이곳에서 한 끼 먹으려면 얼마가 드는지 알아? 무려 금화 스무 닢이야 스무 닢”
“맞아. 우리가 가진 돈으론 식사까지 하려면 어림도 없지”
“그래요?”
이곳 식사가 그렇게 비쌌다니! 아하루는 내심 놀랐다. 그런데 아하루는 그런 식사를 공짜로 먹었다. 그것도 두 끼씩이나.
카미야에게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선배들에게 미안했다.
어쨌든 그가 여기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선배들 덕이었다.
“그럼 돈도 벌었겠다. 아침은 제가 사죠.”
“헤헤, 역시 아하루가 최고야“
“아하루 만세”
“아이구 배고파! 얼른 가자 뱃가죽하고 등가죽하고 만나서 친구하자고 그런다.”
순간 셋의 배에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하루가 나오길 기다리던 데민이 놀란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저 녀석은 귀엽긴 한데 한번 삐지면 무섭다니깐?”
“야. 아까 노려볼 때 그 눈빛 봤지? 그냥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놀란이 슬쩍 입구 쪽을 살피며 말했다. 아하루는 그제야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지만이 아예 땅에 주저앉으며 대꾸했다.
“헤, 그래두 귀여울 땐 얼마나 귀여운데?”
“귀엽지 않아도 어쩌겠냐? 우리 서클의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후배님이신데…….”
“하긴, 저 녀석이라도 있으니깐 명맥을 유지하지 만약 저 녀석 마저 나가버리면 으으……”
놀란이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그러자 데민도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땐 선배들에게 아작 나는 거지 뭐…….”
“에휴, 꿈에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 무섭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후배님을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포기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조류야…….”
지만과 놀란의 한탄에 데민이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곤 가계 쪽을 돌아 봤다.
“그나저나 귀하신 후배님은 뭐하느라 꾸물대시나?”
꼬르륵 꼬르륵
오늘 따라 셋의 주린 배가 더욱 크게 요동쳤다.
아하루는 가계 앞에 서서 다시금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어제는 허둥지둥 선배들을 쫓아 들어갔기에 몰랐지만 가계 전체가 왠지 웅장한 하나의 성처럼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문 앞에 서있는 두 명이 마치 성문을 지키는 성문 경비병처럼도 보였다.
아하루는 가계의 간판을 찾았다. 가계의 간판은 출입문 바로 위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이스타나’
고대의 사랑과 미와 풍요의 여신 이름이었다.
동시에 방탕과 난교와 온갖 종류의 섹스의 여신이기도 했다. 아하루는 속으로 조용히 카미야를 만나게 해준 이스타나 여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뭐해? 아하루 배고파”
“악! 드디어 배가 창자랑 만났다. 둘이 감격의 상봉을 하고 있어!”
“우~. 난 말할 힘도 없어…….”
선배들이 저만치서 악다구니를 썼다. 아하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았어요. 보채지 좀 말아요.”
아하루가 서둘러 선배들 곁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무슨 얘기들을 나눴어요?”
아하루가 다가와 물었다.
데민이 헛웃음을 지으며 슬쩍 말을 돌렸다.
“핫하! 무슨 얘기긴 우리 아하루가 귀엽고 착하다는 얘기지”
“뭐라구요?”
아하루가 발끈하자 놀란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솔직히 따지면 우리 아하루처럼 귀여운 녀석이 또 어디 있겠냐?”
“맞아, 맞아.”
“놀란 선배까지! 흥, 좋아요. 내가 선배들을 위해서 오늘은 ‘라이센트’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취소에요. 취소!”
아하루가 화난 듯 몸을 획 돌렸다.
“헉! 라이센트?”
“정말? 짠돌이 아하루가?”
“악! 내, 내 아침. 아니, 아하루 어디가!”
선배들이 기겁하며 아하루의 뒤를 바짝 쫓았다.
“내가 잘못했어. 아하루!!”
“아하루! 이 둘과 달리 난 아무 말두 안했다. 진짜루.”
“비겁한 지만 자식!”
“죽어라! 지만!”
셋은 티격태격하며 멀어져가는 아하루를 절규하며 쫓아갔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