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다만?”
“하아.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정말 미안해.”
“흐음…….”
카미야가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아하루는 카미야의 눈을 피해 고개를 팍 숙였다. 그런 아하루의 물건은 잔뜩 쪼그라들어 있었다.
“하긴, 그곳도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네요.”
차가운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가 벗겨낸 옷으로 하체를 가렸다.
“미, 미안해.”
아하루는 잔뜩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카미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하루에게서 몸을 돌렸다.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전, 이만.”
“자, 잠깐!”
“뭐죠? 아직 할 말이 남았나요?”
카미야가 방 문 앞에서 멈칫했다.
아하루가 급히 다가가 손잡이를 잡은 카미야의 손을 붙잡았다.
“뭐지?”
“마음 많이 상했지? 내 잘못이야. 혹시라도 나 때문에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왜? 왜, 너 때문에 자책해야 하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추궁하는 듯 한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는 쩔쩔맸다.
그리고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 정말…….”
“…….”
카미야가 멈칫 거렸다.
“넌 아무 잘못 없어. 오히려 내게 너무 과분할 정도야. 문제는 나야.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나 봐.”
“정말인가요?”
“응? 응. 내 잘못이야.”
“아니 그것 말고.”
카미야가 아하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내가 마음에 든다는 거.”
“응”
아하루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미야가 물끄러미 아하루의 눈을 응시했다. 아하루도 눈을 피하지 않고 카미야의 눈을 마주 보았다. 카미야는 아하루의 눈 속 깊은 곳에서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카미야의 눈이 반짝 거렸다.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카미야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아하루가 그의 변화를 눈치 채기 전에 먼저 몸을 획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 말대로 상처 받았어요.”
“미, 미안.”
아하루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곤 주섬주섬 옷을 챙겨 들었다.
“설마 상처만 주고 이대로 떠나려고?”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 줘요.”
“부탁?”
아하루가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신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좋아. 말해 봐.”
카미야가 몸을 돌렸다.
“증명해줘요.”
“증명? 어떻게?”
카미야가 슬쩍 아하루에게 자신의 얼굴을 붙였다. 카미야의 달콤한 숨결이 느낀 아하루는 다시금 얼굴을 붉혔다.
카미야는 그런 아하루의 반응에 킥하고 웃더니 이내 뒤로 떨어졌다.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줘요.”
“아, 알았어.”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미야가 방 한쪽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당겼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종업원이 들어 왔다. 카미야가 종업원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지시했다. 종업원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카미야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곤 사라졌다.
다시 얼마 후 문이 열리더니 종업원이 카미야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상자 안에는 작은 알약이 있었다. 약은 마치 진주처럼 영롱한 유백색 빛을 띠고 있어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약임을 짐작케 했다.
“뭐지 그건?”
“왜요? 겁나요?”
“으음…….”
아하루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결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널 믿어.”
“정말? 어쩌면 독약인지도 모르는데?”
“응”
아하루는 담담히 손을 내밀었다.
카미야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아하루를 바라봤다. 다시 한 번 아하루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카미야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더니 피식 웃었다.
“안됐지만, 잘못 짚었네요. 이건 제가 먹을 거랍니다?”
“아! 미안”
아하루가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카미야는 그런 아하루를 보며 킥하고 웃더니 단숨에 알약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리고 얼마 후
“흐윽”
카미야가 낮은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리며 뒤틀기 시작했다.
놀란 아하루가 급히 카미야에게 다가왔다.
“괘, 괜찮아?”
카미야가 대답대신 손을 뻗어 아하루를 저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통스러운지 카미야의 얼굴엔 송글송글 식은 땀이 맺혔다. 급기야 카미야의 입에서 전보다 한층 더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 나왔다.
“크흑”
“이럴수가!”
아하루는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카미야의 변화에 넋을 잃었다.
카미야의 몸이 변하고 있었다.
호리호리했던 허리가 더 잘록하게 들어가고 탄탄했던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올랐다. 더욱 극적인 것은 그의 아랫도리였다. 불룩했던 남성이 사라지고 자취를 감췄다.
남자였던 카미야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여자인 카미야가 남았다.
여자가 된 카미야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겉옷이 스르르 바닥으로 허물처럼 떨어져 내렸다.
아직 얇은 속옷이 남았지만 어찌나 얇은지 안이 훤히 비칠 정도인데다 그나마도 땀에 젖어 핑크색 젖꼭지와 아랫부분의 거뭇거뭇한 거웃이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비쳤다.
“꿀꺽”
아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때요? 보기 싫은가요?”
“아, 아냐! 예뻐!”
아하루가 황급히 외치듯 말했다.
남자인 카미야도 아름다웠지만 여자가 된 카미야는 아하루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찔할 정도로 황홀한 그녀의 모습을 아하루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카미야가 그런 아하루를 보곤 피~ 하며 살짝 볼을 부풀려 짐짓 삐진 척을 했다.
“뭐해요?”
“아, 아니…….”
아하루가 말을 흐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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