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미야와의 만남
아하루는 대 다룬 제국의 별 볼일 없는 남작가문의 셋째 아들이다.
제국의 0.1%에 해당하는 귀족이라지만, 5천 6백만이나 되는 인구다 보니 귀족들의 수는 14만에 달했다.
14만이란 숫자 앞에선 기사나 남작은 흔하디흔한 귀족 중 하나일 뿐이었다. 더욱이 거주하는 인구 절반이 귀족이라 불릴 정도로 귀족들이 쫙 깔려 있는 이곳 다룬 제국의 수도 룬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더욱이 계승권이 있는 첫째나 가능성이 있는 둘째면 모를까 계승 받을 가망이 없는, 그것도 지방의 그저 그런 남작가의 셋째인 아하루다.
가문에서도 주위에서 앞날이 기대되는 인재라 인정받는 첫째 형이나 침착하고 현명해서 집안의 의지가 되는 둘째 형이 있는 이상 셋째인 아하루에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막내라는 이유로 그것도 첫째형과는 무려 17살 둘째 형과는 무려 14살이라는 터울로 태어나 부모님과 형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 왔다.
그래서인지 늘 구김살 하나 없는 밝은 모습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 아하루만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사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아하루에게는 이렇듯 수도에 혼자 떨어져 산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처음에는 아하루의 부모들도 그를 수도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귀족 가문의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기사학교다. 그곳에 보내지 않는 다는 것은 서자나 혹은 불민한 출신임을 의미했다.
사랑하는 막내에게 그런 굴욕을 줄 수 없었던 그의 부모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말았다.
부모의 걱정과는 달리 아하루는 그저 제국 수도에 온다는 생각만으로 들떴었다.
그렇게 기사학교에 들어 온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갔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기사학교에 입학했던 순진했던 아하루는 1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사라져갔다.
아하루도 스스로도 그런 것을 느꼈는지 앞서가는 일행들을 보면서 조그만 한숨을 내셨다.
처음 기사학교에 입학할 당시 시골출신답게 다가오는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남자들만의 세계에서는 순진은 금세 타락으로 변했다.
처음 입학한 날 룸메이트와 같이 술을 배웠고, 3일째는 담배를 피우게 됐다. 6개월째 방학을 맞아 집으로 가기 전에 친구들 손에 이끌려 처음 동정을 떼었고, 알게 모르게 나돌아 다니는 많은 도색 잡지들이 그에게 온갖 상상과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방학을 맞은 지금 또 다시 친한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이렇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아하루 뭘 그렇게 생각해?”
문득 뒤를 돌아본 지만이 아하루에게 물었다.
“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식, 오늘 좋은 경험 시켜준다고 했잖아 기대하라구. 나두 저 놀란의 손에 이끌려 그곳엔 처음 가봤거든? 근데 정말 끝내 주더라니깐?”
그 말에 놀란은 뒤를 돌아보곤 씩 웃었다.
놀란의 가문은 백작의 집안으로 동호회의 3인방으로 불리는 세 명의 선배 중 직위가 가장 높았다.
“저 자식 처음에는 빼더니 지금은 아주 거기서 사네? 살아.”
“나두 영지 내에서 숱한 여자들을 건드려 봤지만 거긴 정말 색다른 경험이더라구“
놀란의 놀림에 지만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놀란이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하지만 명심해 이건 어디까지나 젊은 시절 한때의 객기일 뿐이야 어른이 돼서도 이런데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크게 당하게 될 거야”
“걱정 마. 지금은 잠시 호기심에 하는 거지 그리고 정 나중에 생각이 있으면 노예라도 하나 사두면 되잖아?”
지만의 말에 놀란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나저나 아하루가 많이 놀라겠군.”
“예……, 근데 어딜 가는 거예요?”
아하루의 질문에 놀란이 걸음을 멈칫했다.
“말 안 해 줬냐?”
절레절레
아하루가 고개를 흔들자 놀란은 지만을 노려보았다. 지만은 놀란의 시선을 피해 그저 하늘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지만 선배님이 좋은데 가자고 끌고 왔는데요?”
아하루의 대답에 놀란은 한숨을 내쉬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
“휴~. 좋아 하지만 가서 너무 놀라지 말고 알아서 잘 처신해 알았지? 만일 얼빵하게 놀면 나중에 재미없을 줄 알아”
“예…….”
아하루가 목을 움츠렸다. 그러자 지만이 아하루의 어깨를 두드리며 놀란을 타박했다.
“야야, 놀란. 우리 귀염둥이를 너무 겁주지 마라!”
“지만, 넌 어떻게 된 녀석이 무작정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
“뭐 어때? 알면 이렇게 따라오려고 하겠어? 벌써 도망갔겠지?”
지만의 말에 놀란이 인상을 잔뜩 구겼지만 아하루를 힐끔 보더니 지만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래.”
“여 뭐해 빨리 가지 않고”
앞에서 가고 있던 데민이 그들이 뒤처지자 그들을 불렀다.
“가자”
지만이 아하루의 손을 잡아끌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하루는 왠지 또 지만 선배에게 당한 것 같아 살짝 오한이 들었다.
아하루가 도착한 곳은 겉보기에는 아주 근사한 주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앞에는 근육질의 경비원 둘이서 손님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들이 놀란 일행을 제지시키자 놀란은 회원증을 보여주었다.
“옆의 분들은?”
“같이 온 동료들이다”
“하지만 동반은 2명까지만 입니다만”
“어떻게 하지? 한명은 안 된다는데?”
경비원의 단호한 말에 놀란이 얼굴을 찌푸리며 일행에게 돌아섰다.
그러자 데민이 잠시 망설이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또 다른 회원증이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