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6일 화요일

[아하루전] R030 2. 여행을 떠나다 (12)



 다 왔습니다.”
벌써요?”
아하루는 약간 아쉬운 듯이 되물었다. 그러나 곧 아쉬움을 접곤 마차에서 내렸다.
아하루가 내린 곳은 번화한 시장 통 한복판이었다. 날은 이미 어스름 져가고 있었지만 시장은 가계 앞 등불이 하나둘 켜지면서 오히려 활기를 띄고 있었다.
아하루는 자신 앞에 있는 건물을 쳐다보았다. 그곳은 여느 상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상가처럼 시끌벅적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 앞에 음각으로 크게 아카발 상인 조합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하루는 주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카미야도 그런 아하루를 따라 뒤쫓아 들어갔다.
밖에 남게 된 하들 집사는 그들이 다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가 생각하기엔 저 아하루란 귀족이 이곳 상계와 관련된 인물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널찍한 홀이 나타났다. 홀을 가로 지르자 데스크가 보였다. 아하루는 데스크로 다가갔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은 아하루가 다가오자 간단히 인사를 하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츠야 수송상회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요?”
? 그러십니까? 2303호 입니다.”
알겠습니다.”
아하루는 익숙한 듯 직원이 열어준 통로를 따라 쭉 들어가더니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올라서니 통로 양쪽으로 쭉 숫자가 쓰인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하루는 303이라고 쓰인 방 번호를 보고 다시 문패에 아츠야 수송상회를 확인하곤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십시오.”
아하루는 안으로 들어섰다. 밖의 딱딱한 느낌의 통로와는 달리 안은 편안하고 포근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편안함과 포근함은 엄청난 소음에 가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부산을 떨고 있었고, 또 다른 방 안쪽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가질 수 없다는 통신용 수정구들을 대고 뭐라고 악을 써대고 있었다.
카미야에겐 생소한 모습들이었는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에 반해 아하루는 익숙한 듯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접수대라고 써 붙인 곳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접수대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웃으며 말을 붙였다.
어서 오세요. 저희 아츠야 수송상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한 내용이었지만 자주 내뱉다보니 입에 익어 그냥 책을 읽듯 내뱉는 그런 말투였다.
아하루는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편지는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
여직원은 봉인에 자신들의 상회에서 쓰는 인장이 있자 금세 어떤 일인지 눈치 챘다.
여직원은 자리에 앉아서 서랍에서 서류 묶음 책을 꺼냈다.
이리 주시겠습니까?”
아하루는 편지를 건넸다.
직원은 서류의 봉인에 붙여져 있는 봉인의 숫자를 확인하더니 그 숫자에 해당하는 곳을 찾아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원하는 페이지를 찾은 직원이 그곳에 기입된 항목들 중 눈앞의 청년과 관련된 것들만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상품배송 번호 119-2107451-135467. 발송지 수도 룬, 배달은……. 아하루님 맞으시죠?”
서류를 확인한 직원은 눈을 들어 시계를 쳐다보곤 다시 서류에 기입하곤 나머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배달 비용은 2골드 10실버 도착지에서 수령. 맞습니까?”
맞습니다.”
끝에 여인이 묻자 아하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직원은 잠시 어떤 종이를 꺼내서 뭐라고 쓰더니 그것을 아하루에게 어떤 서류와 함께 넘겼다.
이곳에 싸인 하시고 지급계로 가셔서 돈을 지급받으시면 됩니다.”
아하루는 직원이 짚어준 곳에 자신의 싸인을 남겼다. 직원은 아하루가 싸인 하기까지 잠시 기다리더니 싸인이 끝나자 얼른 다시 서류를 회수해 따로 수납했다.
다 끝났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 분 어서 오세요. 손님 저희 아츠야 수송상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직원은 아하루에게서 눈을 돌려 이미 다른 사람에게 향하고 있었다.
아하루는 직원이 건네준 종이를 들고 지급계라는 곳을 찾아갔다. 그리곤 그 용지를 건네주었다.
지급계의 직원은 잠시 서류를 살피더니 돈을 꺼내선 아하루에게 건네주었다.
아하루는 돈을 받자 몸을 돌려 그 방을 나섰다.
아하루와 같이 방을 나선 카미야는 너무 혼란스러워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방금 그건 뭐죠? 아하루님?”
? 아 이거? 보시다시피 편지배달
?”
? 못 들었어? 편지배달
아뇨 듣긴 들었는데 왜 아하루님이 그걸…….”
~, 왜 이런 걸 하냐고? 어차피 마법진 이용하는데 10골드나 들었으니깐 보충을 해야지. 여행경비도 좀 뽑고
카미야는 질린 듯 아하루를 쳐다보았다.
늘 이런 식으로 여행하십니까?”
? 어때서? 우리 가문은 가난하다고. 여행 경비 따위가 나올 턱이 없거든. 그나마 마법진 이용료를 보내주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자 담으로 가자
담이라뇨? 그럼 또 있습니까?”
당연한 거 아냐? 고작 2골드 10실버 갖고 집까지 어떻게 가겠어?”
카미야는 자신이 경비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지금은 그저 아하루가 하는 대로 무작정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카미야였다. 오히려 편안한 여행은 아니자만 재밌는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하루가 다음으로 들린 곳은 잡화점이었다. 잡화점 주인과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지 아하루를 보고는 반갑게 맞았다.
안녕? 그동안 잘 있었어?”
! 이게 누구십니까? 아하루님이 아니십니까? 그래 이게 얼마만입니까?”
, 저번 방학 때 보고 못 봤으니깐 6개월 만이지?”
, 벌써 그렇게 됐나요?”
주인은 몸을 돌려 안을 향해 외쳤다.
여보, 아하루님이 오셨어! 차 좀 내와.”
누구요?”
아하루님이 오셨다니깐?”
아하루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니 그럴 것까진 없는데.”
그러자 주인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냥 보내면 나중에 아내한테 바가지를 긁힐걸요?”
주인 뒤쪽으로 나있는 휘장이 걷히면서 중년의 여인이 나왔다.
어머 이게 누구세요? 아하루님이 아니세요? 이게 얼마만입니까?”
안녕? 그동안 더 예뻐졌네?”
아유 아하루님두. 어머, 내 정신 좀 봐 반가운 마음에 차도 안가지고 그냥 나왔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중년의 여인은 호들갑을 떨더니 이내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향해 혀를 찼다.
정신하고는…….”
그리곤 아하루를 가계 안에 있는 테이블 쪽으로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응 그럼, 카미야도 같이 앉지 그래?”
그제야 아하루의 뒤쪽에 있는 카미야를 보곤 아하루에게 물었다.
저분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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