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5일 월요일

[아하루전] R029 2. 여행을 떠나다 (11)



 지금부터 제가 아하루님의 식사 시중을 들겠습니다.”
하지만 카미야!”
카미야는 아하루의 말을 제지하곤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곤 아하루의 귀에다 속삭였다.
아무 말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전부터 아하루님의 시중을 들고 싶었답니다.”
카미야가 그렇게 나오자 아하루는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자리에 앉았다. 하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몇 번 흔들더니 자신의 가족들을 노려보았다.
하렌의 가족들은 모두 찔끔한 표정이 되더니 고개를 숙이곤 조용히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먹어갔다.
카미야는 정말 음식 시중을 들기로 작정한 듯이 아하루 앞에 놓인 음식들을 알맞게 썰어주었다. 그리고 아하루가 필요한 것은 미리 챙겨서 아하루에게 갖다 줬다. 일행은 아주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마치곤 하렌의 손짓에 서둘러 식탁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홀엔 아하루와 카미야 그리고 하렌만이 남았다.
이런 카미야 군은 식사도 못하고 괜찮겠나?”
전 이따가 먹으면 됩니다.”
카미야가 말했다.
근데 괜찮겠어?”
아하루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어왔다.
카미야는 아하루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괜찮아요. 이따가 나가면 아하루님이 사주실 것 아닌가요?”
카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고 싶은 건 말만해 내가 다 사줄테니깐.”
그때 하렌이 끼어들었다.
허허, 카미야군이 식사를 못한 건 내 불민함 때문인데 응당 내가 책임져야지.”
아니 그러실 필요가…….”
아하루가 사양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하렌이 손바닥을 두 번 쳤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한사람이 들어왔다.
우리 집 집사인 하들이라고 한다네.”
하들이라고 소개받은 집사가 꾸벅 인사했다.
하렌이 다시 하들에게 말했다.
자네가 오늘 여기 이 손님들을 모시게나.”
알겠습니다.”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아하루가 재차 사양하자 하렌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네. 내가 모시고온 손님이 제대로 식사도 못했다는 소문이라도 나 보게. 어디 내 체면이 서겠나? 내 체면을 세워주시는 셈 치고 받아주게나.”
하렌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하루가 승낙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아하루가 하렌에게 감사를 표한 다음 하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들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나갈 때 부르십시오. 전 나가있겠습니다.”
하들은 하렌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꾸벅하더니 문밖으로 나갔다.
아하루와 카미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도 나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살 것도 많고, 들를 곳도 있어서요.”
하렌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나, 대신 이따 저녁엔 이 볼품없는 노인의 한잔 술벗이 되어 주지 않겠나?”
불러만 주신다면 한잔이 문제겠습니까?”
아하루는 웃으며 대답하곤 카미야와 같이 문밖으로 나갔다.
그 둘이 나가는 모양을 끝까지 지켜본 하헨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냉막하게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나?”
그러자 허공중에서 하렌의 말에 대답해왔다.
-그렇습니다. 겉으로 봐선 오히려 주종관계가 거꾸로 보일지경입니다. 아무래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렌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정보길드에 의뢰를 하게 저 아하루란 자와 카미야란 자의 신상내력을 조사해 달라고 해
-기일은?
오늘 저들과 다시 부딪치기 전까지다.”
-가치는?
“1급으로 해두지
-저들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겠습니까?
그건 모르지. 이게 화인지 복인지는. 하지만 내 직감이 다시 움직이고 있어. 33년 전의 그때처럼.”
하렌은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
얼마간 침묵을 지키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알겠습니다. 곧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사람 좋은 미소가 얼굴에 돌아왔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많이 놀랐겠군. 아이들을 어떻게 풀어준다?”
어느새 하렌은 손자들을 사랑하는 인자한 할아버지로 돌아가 있었다.
 
아하루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 챙겼다. 그리곤 카미야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저택의 현관에선 집사 하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출발하십니까?”
~”
아하루의 경쾌한 대답에 하들은 얼굴에 웃음기를 띄웠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들 집사는 곁에 있던 하인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 하인이 뛰어가고 얼마 있어 마차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아까 노인이 탔던 마차가 아닌 번듯한 승합용 마차였다.
하들은 마차의 문을 열곤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타시죠?”
우와 정말 이걸 우리가 타는 거예요?”
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서 직접 명령하셨습니다.”
그럼 사양 않고 타겠습니다.”
아하루는 마차에 올랐다. 양옆으로 나누어진 소파에 앉자 푹신거리는 감촉이 좋았다.
카미야는 어린애처럼 소파에서 뒹구는 아하루를 보고 미소만 지었다.
아하루님은 이런 마차는 처음 타시나 보죠?”
카미야의 말에 그제야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아하루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 우리 영지엔 이런 승합용 마차가 없었거든? 기껏 타봐야 짐마차 정도일까?”
카미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곤 창밖을 바라 봤다. 집들이 휙휙 창밖을 스쳐갔다.
마부 석으로 나있는 창에서 하들의 음성이 들렸다.
어디로 모실까요?”
아하루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결정한 듯 말했다.
먼저 상인길드로 가주시겠어요?”
상인길드요?”
카미야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하루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응 볼일이 있거든?”
…….”
마차는 길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곤 얼마를 더 가더니 멈추었다.
어느새 마부 석에서 내려 온 하들이 마차 문을 열어주었다.
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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