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이따가 출출하실 때 드세요“
“뭘 이런 걸 다. 고마워 요루.”
아하루가 환하게 웃으며 짐을 받았다. 애써 챙겨준 요루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맙긴요 저희가 고맙죠.”
둘은 쵸파와 요루의 배웅을 받으며 가계를 나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카미야가 가계에서 나오자 약간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가?”
“맨 처음은 수송상회에 들르시고 다음은 잡화점에 들르시고 다음은 어딥니까? 용병길드라도 들르실 작정입니까?”
아하루는 깜짝 놀란 듯이 카미야를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알았어? 담 목적지가 ‘루야’라는 술집인데 거기가 용병길드를 겸해서 하고 있지”
“그래 거기에 가시는 목적이 뭡니까? 이번엔 루운야까지 가는 상인 대라도 찾아보시려는 겁니까?”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 정말입니까? 농담이 아니고요?”
“그럼 정말이지. 돈 받으며 편하게 갈수 있는 데, 왜 돈을 내면서 위험하게 가?”
“무슨 말이죠?”
카미야가 의혹어린 얼굴로 물어왔다. 아하루는 그런 카미야를 보더니 마차에 올라타고는 루야라는 술집으로 가자고 이르고는 카미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 여기서 루운야까지 가는 데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이 걸려. 게다가 길도 험하고. 비록 중간 중간에 경비대가 있기는 하지만 도처에 깔린 게 산적이란 말이야. 그런데 그곳을 우리 둘만 가자고? 물론 갈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너무 피곤하고 또한 너무 무모한 방법이야 우리 둘이 지니고 갈 수 있는 보급품도 한계가 있으니깐. 그렇다고 용병을 쓰거나 아니면 동행을 기다린다면 그 요금을 감당할 수 없거든.”
“아!”
“하지만 용병길드를 통해 간다면 어떨까? 일단 안전하겠지? 더구나 공짜로 가고 말이야.”
아하루가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려면 용병길드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용병이 아닌데도 용병으로 갈 수 있습니까?”
“용병 등록? 아! 이거 말이지?”
아하루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루운야란 지방도시에서 발급한 용병 증명패였다.
“아니 그건 어떻게?”
“응, 루운야가 영지에서 가깝잖아 그래서 그곳에서 만들었지 뭐”
“저기, 그렇지만 남작가의 명예는 어떻게 합니까? 집에서 이런 일을 용납합니까?”
“명예? 훗. 우리 집 가훈이 뭔지 알아?”
“뭔데요?”
“마차를 타고 갈수 있는 것을 두고 걷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그리고 명예? 내가 용병생활 잠시 한다고 해서 그게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인가? 이 용병 증명서도 아버님의 명령으로 가서 발급받은 건데? 그것보다도 오히려 중간에 가다가 길을 잃거나 혹은 흉한 꼴을 당하는 게 더 불명예라고 생각 해.”
“후~ 아하루님은 참 특이하신 분이군요.”
“응? 특이하다니 그저 활용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줘.”
“아까 그분 말대로 당장 상인으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하루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 상인이라. 그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적어도 내가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더욱 기발하게 해내지 않겠어?”
그런 아하루를 보곤 카미야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하루님은 자신이 한일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지 스스로 깨달고 있지 못하시군요.’
카미야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하루가 술집 겸 용병길드에 도착한 것은 어느새 저녁을 넘어 캄캄해진 9시경이었다. 여름의 해도 이미 지고 말아서 거리는 어둠이 짖게 깔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아카발에서는 온통 현란한 빛과 더불어 왁자지껄한 소리가 길거리에까지 울려 퍼졌다.
아하루가 들어서자 각자 술 마시거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아하루와 카미야를 한번 흘낏 보더니 이내 관심을 접곤 자신들의 일에 몰두했다.
아하루가 바텐더에게 다가가자 바텐더는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떤 걸로 하겠습니까? 저희 가계의 특산품은 흑맥주입니다만”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일이 먼저겠죠?”
그러자 바텐더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들려주시겠습니까? 오늘은 더 이상 접수를 받지 않는데요?”
아하루는 말없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용병패와 1실버짜리 동전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바텐더는 먼저 아하루의 용병패를 흘깃 바라보더니 밑에서 공책을 꺼냈다. 그리곤 그곳에 아하루의 이름을 적었다.
“주업은?”
“호위.”
“급수는?”
“2급 보통.”
“경력은?”
“5년.”
아하루가 5년이라는 말에 공책에 적다말곤 아하루의 용병패를 집어 들고는 좀 더 밝은 불빛에 대고 살폈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 어린나이부터 고생이 많았겠군?”
아하루는 얼굴을 싱긋거리며 웃었다.
“별루, 어차피 호위인데 뭘?”
“음, 병기는?”
아하루는 자신의 옆에 달려있는 검을 툭 쳐보였다.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를 계속 적었다.
“특기사항은?”
“루운야까지 수송 호위 1주일 이내.”
바텐더는 다 적고 나더니 뒤에 있는 카미야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 친구는?”
“이번에 잠시 만난 동행이지. 임시로 등록해줄래요?”
바텐더는 잠시 카미야를 위 아래로 훑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특기사항에 같이 등록하지.”
“좋아요. 얼마죠?”
“2실버.”
“너무 비싸요.”
“외부 사람이잖아 받아 준 것만도 어딘데?”
“이 친구도 한칼 한다니까요? 실력은 나보다 좋아요”
“직접 본 게 아니면 믿을 수 없지.”
“그러지 말고요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시범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바텐더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1실버 500 닢. 더 이상 양보 못해”
아하루는 방긋 웃으며 주머니에서 1실버와 100아문짜리 다섯 개를 꺼냈다.
바텐더는 돈을 주어 담더니 공책을 다시 폈다.
“이름은?”
“카미야”
“특기는?”
아하루가 카미야를 보았다. 카미야가 한발 나서며 말했다.
“검과, 비도”
바텐더는 잠시 카미야를 쳐다보았다.
“비도는?”
카미야는 자신의 허리춤을 들쳐서 단도를 보였다
바텐더는 잠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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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아하루전] R032 2. 여행을 떠나다 (14)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아하루전] R031 2. 여행을 떠나다 (13)
“저분은 누구십니까?”
“아참, 소개를 안했지? 카미야, 이 분은 전에 우리 영지에서 살던 분이야 쵸파라고 해. 그리고 부인은 어릴 적 내 유모였었고. 그리고 여긴…….”
카미야는 아까 그 여인이 왜 그렇게 아하루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했다. 어릴 적 아하루에게 젖을 먹이며 키우다시피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호호호, 제 얘기 중이셨나요?”
아하루가 카미야를 소개하려 할 때 아까 들어갔던 여인은 쟁반에 차를 갖고 왔다. 아주 그윽한 향기가 가계 전체에 번졌다.
아하루가 소개하다 말고 코를 벌름거렸다.
“화~~ 향기 좋은데?”
“응? 정말이네요? 이, 이건! 허허허”
쵸파는 잠시 얼굴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 나타났다.
“왜 그래? 쵸파 아저씨?”
“나 참, 이건…….”
그러자 여인이 쵸파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쵸파가 과장된 표정으로 엄살을 부렸다.
“아야야“
“흥 뭐가 아파요?”
그때 카미야가 한마디 내뱉었다.
“정말 질 좋은 파피야산 차군요”
그러자 쵸파가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 그렇지? 아내가 창고에 꼭꼭 숨겨두곤 나에겐 얼씬도 못하게 하더니 말이야.”
“당신이 뭐가 예뻐서 이 차를 내줘요?”
여인은 쵸파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하루가 정색을 하곤 말했다.
“그럼 이거 파는 거 아냐? 그런데 이렇게 내오면 어떻게 해?”
“아유, 도련님한텐 뭔들 아깝겠어요? 근데 이분은 누구시죠?”
아하루가 입을 열어 소개하려는데 카미야가 고개를 꾸벅하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카미야라고 합니다. 아하루님의 새로운 시종이죠.”
“반가와요. 전 요루라고 해요. 그런데 못 보던 얼굴이네요?”
카미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수도에서 아하루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호호호. 그렇군요.”
요루가 호들갑스럽게 웃으며 끄덕였다.
“도련님을 잘 부탁드려요”
“네”
카미야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그리곤 슬쩍 아하루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나저나 이거 꽤 비싼 거 같은데?”
아하루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
“괜찮습니다, 아하루님 덕분에 앞으론 저도 늘 마실 수 있겠는데요?”
“응?”
“한번 뜯은걸 누구에게 팔지도 못하겠고, 전부터 군침만 흘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하루님 덕분에 실컷 맛보게 생겼습니다. 오히려 감사할 것은 저죠.”
쵸파가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흥, 누가 주기나 한데요?”
“아이쿠 여보 제발…….”
“하하하. 이제 보니 아저씨도 요루 유모한테는 꼼짝도 못하네?”
“그래도 밤엔 내 밑에 큰소리도 못 친답니다?”
“아니, 이이가 아하루님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여인이 쵸파를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아갸갸갸갸!”
쵸파는 팔짝 뛰며 비명을 질렀다. 그런 쵸파를 흘겨본 여인은 빈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곤 나가기 전에 쵸파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신 이문 남기지 말고 해드려요? 안 그랬다가는 알죠?”
“걱정 말아. 나도 낯짝이 있지 도련님한테까지 장사하려들까?”
여인이 나가자 쵸파가 아하루를 보며 물었다.
“이번엔 어떤 겁니까?”
아하루가 웃으며 배낭을 들어 탁자에 올려놓고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쵸파는 아하루가 꺼내든 물건을 세심히 살폈다.
“호 이번엔 꽤 괜찮은 물건들만 골라 오셨군요?”
“응, 전번에 쵸파의 말을 듣고 일부로 공장에 직접 가서 사온 것들이야. 그리고 이건 요새 수도에서 유행하고 있는 장신구들이고.”
아하루가 꺼내 놓은 것들은 아기자기하게 유리로 만들거나 비교적 질이 낮은 보석들로 만든 것들로 일반 평민 여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들이었다. 장인이 누군지 몰라도 유리와 조잡한 보석들임에도 불구하고 반짝 반짝이는 것이 여타의 보석 못지않게 예뻤다.
“오! 이정도 물건이면 내놓기 무섭게 나가겠는걸요? 원가가 얼마죠?”
“응 이것들은 공장도로 개당 브론즈 200 닢이고 보통은 400 닢 정도 팔려. 이건 공장도는 100 닢. 시중에서 팔리는 것은 180 닢 정도야. 그리고 이건 간신히 받아왔는데 공장가격만 500 닢이야. 그리고 팔리기는 980 닢에 팔리지. 그래서 다 합치면 11골드 25실버야. 음, 여기서 팔 때는 운송비를 더 붙여 팔아도 될 거야. 200 닢짜리는 450닢, 100 닢은 250 닢, 그리고 500 닢은 1실버 200 닢 정도면 적당할걸?”
카미야와 쵸파는 아하루의 말을 들으며 입을 벌렸다.
쵸파가 벌어진 입을 닫으며 말했다.
“와! 도련님께서 직접 상인으로 나서셔도 되겠는데요?”
“무슨? 그냥 여비나 뽑으려는 거지”
“에 그럼 전번처럼 10%를 드리면 어디보자…….”
쵸파는 잠시 계산을 하더니 말했다.
“12골드 37실버 750 닢인가요? 어디보자 그럼 지금까지처럼 3골드는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물품으로 드리면 되겠죠?”
“응, 전처럼 한 달 후쯤 부탁해. 그리고 여행물품 말인데 이번엔 2인분으로 넉넉하게 준비해 주겠어?”
쵸파는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죠. 어디보자 신장이? 흠…….”
“어때?”
“음 일단 맞는 옷이 없으니깐 모레까지 준비하도록 하죠.”
“그래줄래? 그럼 모레 다시 올게. 참 나디아는 잘 있고?”
쵸파는 웃으며 말했다.
“나디아까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나디아는 지금 요루첸 학교에 다니고 있지요”
“우와 그래? 그럼 나디아에게 안부 전해 줘.”
“네, 나디아도 무척 기뻐할 겁니다.”
“네”
“그럼 가볼게”
“가시게요?”
“응. 용병길드도 가봐야 되거든?”
“그렇죠. 참, 머무실 곳은 찾으셨나요?”
“응. 하렌이라는 할아버지의 집에 머물고 있어”
“하렌이요? 설마 저쪽 중앙로에 있는 그 집을 말하시는 겁니까?”
“응 근데 알아?”
“알고말고요, 적어도 이 아카발에선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죠, 집안이 풍지박살 된 상태에서 물려받고도 맨주먹으로 차렌 제일의 공방으로 일으키신 분이죠”
“우와! 그렇게 대단해?”
“그럼요. 적어도 이 아카발 아니 차렌 지방에선 그분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랍니다.”
아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아참 그렇죠? 여보! 도련님 가신데.”
“잠깐만요”
안에서 요루가 뭔가를 들고 왔다
“도련님 이따가 출출하실 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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