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아하루전] R032 2. 여행을 떠나다 (14)



 도련님 이따가 출출하실 때 드세요
뭘 이런 걸 다. 고마워 요루.”
아하루가 환하게 웃으며 짐을 받았다. 애써 챙겨준 요루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다.
고맙긴요 저희가 고맙죠.”
둘은 쵸파와 요루의 배웅을 받으며 가계를 나왔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카미야가 가계에서 나오자 약간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가?”
맨 처음은 수송상회에 들르시고 다음은 잡화점에 들르시고 다음은 어딥니까? 용병길드라도 들르실 작정입니까?”
아하루는 깜짝 놀란 듯이 카미야를 쳐다보았다.
? 어떻게 알았어? 담 목적지가 루야라는 술집인데 거기가 용병길드를 겸해서 하고 있지
그래 거기에 가시는 목적이 뭡니까? 이번엔 루운야까지 가는 상인 대라도 찾아보시려는 겁니까?”
카미야의 말에 아하루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입니까? 농담이 아니고요?”
그럼 정말이지. 돈 받으며 편하게 갈수 있는 데, 왜 돈을 내면서 위험하게 가?”
무슨 말이죠?”
카미야가 의혹어린 얼굴로 물어왔다. 아하루는 그런 카미야를 보더니 마차에 올라타고는 루야라는 술집으로 가자고 이르고는 카미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 여기서 루운야까지 가는 데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이 걸려. 게다가 길도 험하고. 비록 중간 중간에 경비대가 있기는 하지만 도처에 깔린 게 산적이란 말이야. 그런데 그곳을 우리 둘만 가자고? 물론 갈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너무 피곤하고 또한 너무 무모한 방법이야 우리 둘이 지니고 갈 수 있는 보급품도 한계가 있으니깐. 그렇다고 용병을 쓰거나 아니면 동행을 기다린다면 그 요금을 감당할 수 없거든.”
!”
하지만 용병길드를 통해 간다면 어떨까? 일단 안전하겠지? 더구나 공짜로 가고 말이야.”
아하루가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하지만 그러려면 용병길드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용병이 아닌데도 용병으로 갈 수 있습니까?”
용병 등록? ! 이거 말이지?”
아하루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루운야란 지방도시에서 발급한 용병 증명패였다.
아니 그건 어떻게?”
, 루운야가 영지에서 가깝잖아 그래서 그곳에서 만들었지 뭐
저기, 그렇지만 남작가의 명예는 어떻게 합니까? 집에서 이런 일을 용납합니까?”
명예? . 우리 집 가훈이 뭔지 알아?”
뭔데요?”
마차를 타고 갈수 있는 것을 두고 걷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그리고 명예? 내가 용병생활 잠시 한다고 해서 그게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인가? 이 용병 증명서도 아버님의 명령으로 가서 발급받은 건데? 그것보다도 오히려 중간에 가다가 길을 잃거나 혹은 흉한 꼴을 당하는 게 더 불명예라고 생각 해.”
~ 아하루님은 참 특이하신 분이군요.”
? 특이하다니 그저 활용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줘.”
아까 그분 말대로 당장 상인으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하루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글쎄? 상인이라. 그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적어도 내가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더욱 기발하게 해내지 않겠어?”
그런 아하루를 보곤 카미야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하루님은 자신이 한일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지 스스로 깨달고 있지 못하시군요.’
카미야는 낮게 중얼거렸다.
 
아하루가 술집 겸 용병길드에 도착한 것은 어느새 저녁을 넘어 캄캄해진 9시경이었다. 여름의 해도 이미 지고 말아서 거리는 어둠이 짖게 깔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아카발에서는 온통 현란한 빛과 더불어 왁자지껄한 소리가 길거리에까지 울려 퍼졌다.
아하루가 들어서자 각자 술 마시거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아하루와 카미야를 한번 흘낏 보더니 이내 관심을 접곤 자신들의 일에 몰두했다.
아하루가 바텐더에게 다가가자 바텐더는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어떤 걸로 하겠습니까? 저희 가계의 특산품은 흑맥주입니다만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일이 먼저겠죠?”
그러자 바텐더의 얼굴이 약간 굳었다.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들려주시겠습니까? 오늘은 더 이상 접수를 받지 않는데요?”
아하루는 말없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용병패와 1실버짜리 동전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바텐더는 먼저 아하루의 용병패를 흘깃 바라보더니 밑에서 공책을 꺼냈다. 그리곤 그곳에 아하루의 이름을 적었다.
주업은?”
호위.”
급수는?”
“2급 보통.”
경력은?”
“5.”
아하루가 5년이라는 말에 공책에 적다말곤 아하루의 용병패를 집어 들고는 좀 더 밝은 불빛에 대고 살폈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 어린나이부터 고생이 많았겠군?”
아하루는 얼굴을 싱긋거리며 웃었다.
별루, 어차피 호위인데 뭘?”
, 병기는?”
아하루는 자신의 옆에 달려있는 검을 툭 쳐보였다.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를 계속 적었다.
특기사항은?”
루운야까지 수송 호위 1주일 이내.”
바텐더는 다 적고 나더니 뒤에 있는 카미야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 친구는?”
이번에 잠시 만난 동행이지. 임시로 등록해줄래요?”
바텐더는 잠시 카미야를 위 아래로 훑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특기사항에 같이 등록하지.”
좋아요. 얼마죠?”
“2실버.”
너무 비싸요.”
외부 사람이잖아 받아 준 것만도 어딘데?”
이 친구도 한칼 한다니까요? 실력은 나보다 좋아요
직접 본 게 아니면 믿을 수 없지.”
그러지 말고요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시범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바텐더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1실버 500 . 더 이상 양보 못해
아하루는 방긋 웃으며 주머니에서 1실버와 100아문짜리 다섯 개를 꺼냈다.
바텐더는 돈을 주어 담더니 공책을 다시 폈다.
이름은?”
카미야
특기는?”
아하루가 카미야를 보았다. 카미야가 한발 나서며 말했다.
검과, 비도
바텐더는 잠시 카미야를 쳐다보았다.
비도는?”
카미야는 자신의 허리춤을 들쳐서 단도를 보였다
바텐더는 잠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