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건네받은 대원이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직원에게 무슨 말을 들은 소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마치 자신의 잘못인양 죄송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건 2급 보관함이라 여벌의 열쇠가 없다고 합니다.”
대장은 잠깐 짜증난 눈빛을 하더니 곁에 있던 다른 대원에게 말했다.
“가서 프란츠를 데리고 와”
“옛”
대원이 사내의 명령을 받고 나가자 아까 서류를 들고 나갔던 대원이 들어와선 사내에게 새로운 서류를 건넸다. 대장은 그 서류를 살펴보다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것은 아하루가 마법진에 올라타기 전에 써놓은 서류였다.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평범한 서류였기 때문이었다.
“흠……. 이름을 또 바꾼 건가? 제법 신경을 썼군. 그런데 이 시종은 뭐야? 왜 시종의 이름이 카미야지?”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대장이 명령했다.
‘정보부에 아하루란 이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아보고 존재한다면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지금 어디 있는지 파악해보라고 해 “
“알겠습니다.”
대원이 대답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두 명의 대원이 사내의 앞에 다가왔다. 대장이 그중 한명에게 눈짓으로 앞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
불려온 대원은 무슨 뜻인지 깨닫곤 손을 몇 번 우드득 풀며 보관함 앞으로 다가갔다. 소장과 직원은 대원의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보고 침을 삼키며 눈을 껌뻑였다.
프란츠는 허리에 춤에 찬 주머니에서 가늘고 긴 쇠붙이를 꺼내더니 그것을 보관함의 열쇠 구멍에 맞추었다. 그가 몇 번 돌리는 것 같더니 보관함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관함이 열리자 주변에 있던 다른 대원들이 다가가 안에 있는 물건을 뒤적였다. 그리곤 물건들 중에서 팔찌를 발견하고는 대장에게 가지고 왔다.
대장은 대원이 보인 팔지를 보곤 얼굴을 구겼다.
“눈치 챈 건가?”
그리곤 옆에 있던 약간의 약삭빠른 인상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약삭빠른 인상의 사내는 뭔가 해답을 찾는 듯 보관함을 뚫어지게 주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엔 눈치 채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짐이 상당히 어수선하게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필요한 물품만 몇 개 챙긴 후 나머지는 이곳에 놓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흐음”
“표적의 성격으로 봐서 저렇게 물건을 어질러 놓을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걸 보십시오.”
약삭빠른 사내가 내민 손바닥 위엔 십여 캐럿은 족히 나갈만한 아름다운 루비였다.
그것을 본 대장은 신음을 흘렸다.
“그것은 진홍의 눈물?”
“그렇습니다. 이것의 가치는 제가 따로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런데 이것마저 두고 갔다는 것은…….”
“알겠다.”
대장에게 또 다른 기사가 다가왔다.
“표적은 동행 1명과 같이 차렌 지방의 아카발로 움직였습니다.”
“아카발?”
대장은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약삭빨라 보이는 사내를 보았다. 하지만 그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대장은 시선을 돌려 팔짱을 끼고는 손가락으로 팔 어림을 툭툭 건드렸다.
“아카발이라……. 흠. 재미있게 되겠는 걸?”
보고하던 기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뒤쫓아 갈까요?”
기사의 물음에 대장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됐다. 우리 임무는 여기까지다. 그 외의 일은 다른 놈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대답을 마친 대장은 어느새 주위로 모여든 기사들을 돌아보며 다시 냉엄한 얼굴로 돌아왔다.
“자 그만 여기서 철수다”
기사들은 다시 정렬하곤 절도 있게 밖으로 나갔다.
약삭빠른 얼굴의 사내가 다가왔다.
“대장 이것은 어떻게 할까요?”
약삭빠른 얼굴의 사내가 손을 펴자 진홍의 눈물이 빛을 내고 있었다.
“원래 자리에 놔두도록”
“옛 알겠습니다.”
대장이 고개를 돌려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뚱뚱한 소장에게 다가갔다. 소장은 대장이 다가오자 온몸에 경직을 일으킬 듯이 부르르 떨었다.
“이봐 라코데라고 했나?”
“네? 네 이곳에서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요.”
소장은 두 손을 모으더니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일은…….”
대장이 말이 끝나기 전에 소장은 자신의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전 오늘 아무것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곤 주위에 있는 다른 직원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자네들은 오늘 뭐 본 게 있나?”
그러자 제일 늙은 직원이 대장의 눈치를 보며 대꾸했다.
“예?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저 평소와 똑같이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 안 그런가. 자네들?”
그러자 여기저기서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그런 그들을 보며 얼굴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들은 왜 여기 모여 있지?”
순간 직원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좀 전 소장과 말을 맞추었던 늙은 직원이 다시 말을 꺼냈다.
“아 저희들은, 저희들이 모인 건……. 그래 청소! 오늘이 저희 사무소 대청소 날입니다요”
그러자 다른 직원들도 연신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댔다.
대장은 피식 웃었다. 그리곤 늙은 직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선 평일에도 청소를 하나?”
“예, 저희 사무소에선 이용하시는 손님들에게 청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요.”
“그래?”
“그럼요, 다들 그렇지?”
소장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은 다시 한 번 피식 웃더니 뒤로 돌아서서 문을 나가며 말했다.
“청소 열심히 하게.”
대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말했다.
“소장은 잠깐 나 좀 보지.”
대장이 나가기에 안심을 하고 있던 소장은 다시 얼굴이 찌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곧장 다시 펴곤 살랑거리는 웃음을 만면에 짓고는 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네네 말씀만 하십시오.”
대장이 나가자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들 이젠 살았다는 한숨을 내셨다. 그러다 좀 전에 재치 있는 말을 꺼낸 늙은 직원이 일어섰다.
“이봐 이반. 나가서 밖에 있는 직원들에게도 오늘 청소했다고 알려두게. 아니 그냥 청소한다고 불러 와. 그래 그게 낫겠어.”
이반이라 불린 직원이 잠시 그 늙은 직원을 바라보다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늙은 직원이 남은 직원들에게 한마디 했다.
“제길, 어쨌든 오늘 일은 아무데서고 꺼내지 마. 자네들 오늘 죽다가 살은 줄 알라고.”
“그데 저놈들은 누굽니까?”
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그러자 늙은 직원이 황급히 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고도 혹시나 싶어 두려운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직원에게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
“쉿! 조용히 해 저들은 말야. 우리 같은 놈들은 그냥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죽여도 문책하나 받지 않아. 그러니 괜히 눈 밖에 나면 개죽음밖에 될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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